2026 이건희 작가의 개인전 《이방인(the stranger, 異邦人)》 - 당신의 강릉
- 글번호
- 337414
- 작성일
- 2026.09.07
- 작성자
- 김지미
- 조회수
- 339

이건희 작가의 개인전 《이방인(the stranger, 異邦人)》
일시 : 2026.09.01.(화) - 09.29.(화) 10:00~19:00
장소 : 당신의 강릉, 지하1F (강원 강릉시 강릉대로 217)
URL : https://www.instagram.com/in.a.square?igsi=MTl4NnE5YmNnM3dpcQ==
인포크링크 : inasquare | 인포크링크
어느 이방인의 지도
정미주
(프로젝트 이마고 대표)
“나는 이곳의 이방인입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성(Das Schloss)』에서 어느 마을에 도착한 K는 자신을 이방인이라 소개한다. 스스로 측량사라 밝힌 그는 마을에 머물며 그곳의 일원이 되고자 애쓰지만, 성으로 향하는 길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공동체의 질서 안으로 들어가려 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외부자라는 사실만 더욱 분명해질 뿐이다. 카프카의 세계에서 이방인이란 시간이 흘러도 끝내 그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존재다.
한 장소에 오랫동안 머문다고 해서 과연 그곳에 대한 온전한 소속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작가 이건희는 강릉에서 10여 년을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이방인’이라 말한다. 이제 주위 풍경은 그의 일상이 되었으나, 익숙함과 소속감 사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남아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거리감에서 출발한다.
이건희 작가의 개인전 《이방인(the stranger, 異邦人)》은 사진과 조각이 함께 자리한다. 강릉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작가가 탐구하는 장소의 범주를 증명하는 기록물이다. 실재하는 풍경을 마주하면서 작가는 사진이라는 디지털 매체가 가진 가벼움을 잠시 유보한다. 무한히 복제되는 과잉 데이터의 가능성에 반하여, 그는 직접 화판을 짜고 한지에 인쇄를 한 뒤 배접하는 수공의 과정을 고집한다. 잉크가 한지에 스며들어 화판과 하나의 표면을 이루는 동안, 복제 가능한 데이터는 작가의 노동과 시간을 머금은 고유한 대상으로 다듬어진다.
사진이 지나온 장소의 흔적을 묵직하게 고정한다면, 대리석 조각은 그곳으로부터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제시한다. 돌을 깎아 만든 형상은 바람을 가르는 새의 날개이자 물살을 헤치는 고래의 꼬리를 닮아있다.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이 하늘과 바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몸의 형태를 그려보듯, 특정한 터전에 머무는 대신 변화하는 조건에 따라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는 생명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사진에서 조각으로 이어지는 전환은, 장소의 기록에 머물던 관점이 한곳에 정착할 수 없는 이방인의 존재 방식 그 자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작가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이방인’이라는 전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제 그에게 본질적인 물음은 ‘어디에 뿌리를 내릴 것인가’가 될 수 없다. 도리어 ‘변화하는 환경을 살피면서 어떠한 유연함과 생명력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질문의 무게가 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업은 정착하지 못한 불안의 증거가 아닌 어디서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형상으로 변용된다.
소설 『성』에서 K는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시 《이방인》은 역설적으로 그 불가능성을 통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이방인’만의 독자적인 위치를 얻게 된다. 완전한 소속이란 어쩌면 당초 허락되지 않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곳에 다다르지 못했기에, 그는 비로소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응시하고 스스로 몸을 바꾸어 날개짓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 전시는 경계에 서서 영원히 주변부를 맴돌 수밖에 없던 자가 마침내 발견한 자신만의 자리다. 나아가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와 하늘을 치열하게 움직이며 존재를 증명해 내는 생명력에 관한 고백이기도 하다. 완벽히 속하지 못하더라도, 뿌리내리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그는 이미 살아있는 존재 자체로서, 어디에서든 자신만의 꼬리와 날개로 또다시 유영을 시작할테니.


지하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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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 선생님의 조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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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쌤의 사진 작품









(여름의 밀도는 제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건희 작가님의 개인전 《이방인(the stranger, 異邦人)》을 보았습니다.
익숙한 강릉의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마음이, 사진과 조각을 통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전시입니다.
익숙함과 소속감 사이의 거리를 자신만의 시선과 생명력으로 작품에 담아낸 이건희 선생님의 개인전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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